기업 뉴스를 보다 보면 이런 표현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재고자산이 크게 증가했다.”
“재고 부담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재고가 많다는 것은 물건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뜻이니 좋은 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재고가 지나치게 많아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재고자산(Inventory)이란 기업이 판매하거나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사용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말합니다.
쉽게 말하면 아직 판매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판매되거나 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될 물건입니다.
재고도 왜 ‘자산’이라고 할까?
옷을 판매하는 회사를 생각해보겠습니다.
회사가 판매하기 위해 옷 1,000벌을 구입했는데 아직 600벌만 팔렸다면 나머지 400벌은 창고에 남아 있습니다.
아직 현금으로 바뀌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판매해 매출을 만들 수 있는 물건입니다.
그래서 회계에서는 이러한 재고를 기업이 보유한 자산으로 봅니다.
재고자산은 일반적으로 1년 또는 정상적인 영업주기 안에 판매하거나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유동자산으로 분류됩니다.
재고자산에는 무엇이 들어갈까?
재고자산이라고 하면 완성된 상품만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범위는 더 넓습니다.
제조업체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 구분 | 의미 | 예시 |
|---|---|---|
| 원재료 | 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재료 | 자동차용 철강 |
| 재공품 | 아직 생산이 끝나지 않은 제품 | 조립 중인 자동차 |
| 제품 | 생산을 완료한 판매용 물건 | 완성된 자동차 |
| 상품 | 판매하기 위해 구입한 물건 | 유통업체가 사들인 판매상품 |
업종에 따라 재고의 모습도 달라집니다.
마트에는 식료품과 생활용품이 재고가 되고, 의류업체에는 옷과 원단이 재고가 될 수 있습니다.
재고자산이 늘어나면 좋은 것일까?
여기서부터가 경제뉴스를 읽을 때 중요한 부분입니다.
재고 증가 자체만으로 좋다거나 나쁘다고 판단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주문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 기업이 미리 생산량을 늘렸다면 재고 증가가 정상적인 영업활동의 결과일 수 있습니다.
반면 예상만큼 제품이 팔리지 않아 창고에 물건이 계속 쌓이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이 판매량 증가를 예상해 10만 개를 생산했는데 실제로 6만 개밖에 판매하지 못했다면 나머지 제품은 재고로 남습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수요가 예상보다 약하다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재고자산은 숫자 하나보다 왜 늘었는지를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재고가 너무 많으면 왜 문제가 될까?
재고는 공짜로 보관되는 것이 아닙니다.
제품을 생산하려면 원재료와 인건비 등이 들어가고, 만들어진 물건을 보관하려면 창고와 관리비도 필요합니다.
특히 식품이나 유행에 민감한 의류, 빠르게 기술이 바뀌는 전자제품은 시간이 지나면서 가치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새 모델이 출시됐는데 이전 모델이 창고에 많이 남아 있다면 기업은 할인판매를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재고의 실제 가치가 장부에 기록된 금액보다 낮아져 재고자산의 가치를 낮춰 반영해야 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습니다.
결국 지나친 재고는 기업의 비용과 수익성에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재고는 적을수록 좋을까?
그것도 아닙니다.
재고가 너무 적으면 갑자기 주문이 늘었을 때 제품을 제때 공급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필요한 원재료가 부족해 공장 생산이 멈추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면 충분한 재고를 확보해둔 기업이 오히려 안정적으로 생산을 이어갈 수도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재고를 무조건 줄이는 것이 아니라 수요에 맞는 적정한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입니다.
기업 실적에서 재고자산은 어떻게 볼까?
기업의 재무제표를 볼 때 재고자산이 갑자기 크게 증가했다면 한 번쯤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매출은 거의 늘지 않았는데 재고만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면 제품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한 것은 아닌지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새로운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거나 계절적인 판매 증가를 준비하면서 일시적으로 재고를 늘렸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재고 증가 = 기업 실적 악화
라고 판단하면 안 됩니다.
매출, 주문, 업황, 전년 동기 재고 수준 등을 함께 비교해야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재고와 경기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재고는 개별 기업뿐 아니라 전체 경기 흐름을 살펴볼 때도 의미가 있습니다.
경기가 좋아지고 제품이 잘 팔릴 것으로 예상되면 기업들은 생산을 늘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소비가 둔화되면 팔리지 않은 제품이 쌓이기 시작합니다.
재고가 지나치게 늘어나면 기업은 새 제품 생산을 줄이고 기존 재고부터 판매하려 할 수 있습니다.
생산 감소가 이어지면 원재료 주문과 기업 투자, 고용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쌓여 있던 재고가 충분히 줄어들고 주문이 다시 증가한다면 기업이 생산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재고의 증가와 감소는 경기 흐름을 이해하는 단서 중 하나가 됩니다.
재고자산회전율이라는 지표도 있다
기업이 재고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판매하고 있는지 살펴볼 때 재고자산회전율이라는 지표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쉽게 말하면 일정 기간 동안 기업의 재고가 얼마나 빠르게 판매되고 새 재고로 바뀌었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회전율이 높다면 재고가 비교적 빠르게 판매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무조건 높을수록 좋은 것은 아닙니다.
식품, 자동차, 반도체, 의류처럼 업종마다 생산과 판매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업종의 기업끼리 비교하거나 한 기업의 과거 추세를 살펴보는 것이 더 의미가 있습니다.
뉴스에서 ‘재고 증가’를 봤다면
앞으로 기업 뉴스에서
“재고자산이 전년보다 30% 증가했다”
라는 문장을 발견했다면 숫자만 보고 판단하지 마세요.
먼저 다음 질문을 해보면 됩니다.
매출도 함께 증가했을까?
판매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재고도 늘어난 것인지, 제품이 팔리지 않아 쌓이고 있는 것인지에 따라 의미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다음 해당 산업의 수요와 주문 상황까지 살펴보면 재고 증가의 의미가 더욱 선명해집니다.
경제지표를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숫자보다 숫자가 움직인 이유를 보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이것만 기억해두세요
재고자산은 기업이 판매하거나 생산에 사용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상품, 제품, 원재료 등의 자산입니다.
재고가 많다고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니고 적다고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닙니다.
앞으로의 판매를 준비해 재고가 증가할 수도 있고, 제품이 예상만큼 팔리지 않아 재고가 쌓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기업을 볼 때는 재고자산의 증가 자체보다 매출과 재고가 함께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창고에 쌓여 있는 물건은 단순한 물건이 아닙니다. 때로는 앞으로 팔릴 상품이기도 하고, 아직 팔리지 못한 기업의 고민이기도 합니다.